[한국의 꽃담기행]한국의 대표 꽃담을 거닐다 (36)창덕궁 대조전

2019. 9. 18. 12:48궁궐

[한국의 꽃담기행]한국의 대표 꽃담을 거닐다 (36)창덕궁 대조전




신윤복의 풍속도첩 월하정인(月下情人)처럼 달빛은 쓰개치마를 머리에 쓴 밀회의 아리따운 여인을 감싸주고 있으니 우리의 정서인 셈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빗자루를 탄 마녀들이 보름달을 등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둥근 달 속의 실루엣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한 장면도 바로 그런 이미지에서 나온 것이다.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남원 광한루. 광한루원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와 지상의 낙원인 삼신산이 함께 어울려 있는 아득한 우주관을 표현하고 있다. 광한루의 호수는 곧 하늘의 은하수가 된다. 직녀가 베를 짤 때, 베틀을 고이는 데 썼다고 하는 지기석을 호수 속에 넣고, 견우가 은하수를 건너 직녀를 만날 때 사용한 배를 상한사라 이름하여 호수에 띄워놓았는데, 바로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전설을 형상화한 것이다.광한루 앞쪽 기둥 위에는 토끼를 업은 거북이 장식되어 있으며, 광한루 앞편에는 큰 돌 거북 한 마리가 못으로 뛰어 들어 가려는 듯한 자세를 볼 수 있으니 용궁세계를 향한 염원을 머금고 있다.창덕궁 대조전(보물 제816호) 굴뚝의 토끼도 마찬가지다. 전설에 의하면 월세계에는 남녀 각 1인, 작은 새 한 마리, 흰 토끼 한 필이 같이 산다고 한다. 도교에서는 이 흰 토끼를 옥토끼(태음, 즉 달의 상징)라 부르는데, 신선이 만드는 선단(仙丹)에 필요한 신약(神藥)을 빻고 있다.달이 선계를 상징하게 된 것은 ‘항아분월설화’와 관련된다. 주인공 항아가 그의 남편 ‘예’가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뜨는 환란을 평정한 공로로 천재로부터 받은 불사약을 훔쳐 먹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달로 도망가서 두꺼비가 되었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이다. 쏟아지는 달빛에 어우러져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정겨웁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조심스레 달님께 다가가 내 얼굴을 살며시 비춰 본다. 그 후 여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대조전 굴뚝의 토끼 문양이 침전 뒤뜰을 선계로 만들고 있다.창덕궁 대조전은 왕비가 거처하는 내전 중 가장 으뜸가는 건물이다. 이 건물에서 조선 제9대 왕인 성종을 비롯, 인조,효종이 죽었고, 순조의 세자로 뒤에 왕으로 추존된 익종이 태어나기도 했다. 조선 태종 5년(1405)에 지었는데 임진왜란 때를 비롯,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불이 나서 다시 지었다. 1917년 또 화재를 당하여 불에 탄 것을 1920년에 경복궁의 교태전을 헐고 그 부재로 이곳에 옮겨지어 ‘대조전’이란 현판을 걸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조전 후원의 굴뚝에는 '수(壽)'자가 들어가는 문자도안무늬를 포함, 불그스레한 글씨가 바깥쪽에 무시무종(시작도 없고 끝도 없음)무늬를 두르고 있는 가운데 정중앙에 '영세만세'과 '만수무강'이 세로 글씨로 쓰여진 까닭을 따져보니 좀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특히 용 두 마리가 비상하는 쌍봉무늬를 비롯, 학, 사슴 등 굴뚝은 그야말로 꽃밭 천지다.조선조 궁궐의 길상 장식은 창덕궁 대조전 대청의 봉황 장식을 포함, 창덕궁 명정전 계단의 모란당초 문양, 경복궁 건춘문의 창룡, 근정전 천장의 황룡, 창경궁 양화당 편액에 그려져 있는 암팔선 문양, 그리고 창덕궁 희정당 굴뚝의 코끼리와 기린에 이르기까지 ‘천년 만년 살고지고’의 바램과 함께 그 화려함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이 대목에서 선조들의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발음이 유사해서 자유자재로 의미를 쓰는, 즉, 이완된 상태의 생활 철학을 오늘날에도 배워 사용할 수 있다면. 까치와 호랑이, 박쥐, 사슴, 코끼리처럼 말이다. 일례로, 코끼리는 '상(象)'이 '상(祥)'과 발음이 유사하여 길상의 상징물로 취급되는 동물이다.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로 코끼리가 단연 앞선다. 코끼리는 위용과 덕을 상징한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가 품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부처님을 잉태했다. 코끼리는 힘이 세면서도 유순한 동물이다. 부처님의 오른쪽 협시보살은 보현보살이다. 왼쪽은 문수보살이다. 문수보살이 지혜를 상징한다면 보현보살은 부처님의 자비를 상징한다. 이 보현보살이 코끼리를 타고 있다. 코끼리가 자비와 덕을 상징함을 알 수 있다. 불화나 불상에서도 보현보살은 6개의 어금니가 있는 흰 코끼리 등에 않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만복사지 석좌(보물 제31호) 아랫 부분은 각 측면에 꽃장식을 담은 코끼리 눈 모양을 새기고 그 위에 연꽃을 조각했으며, 창덕궁 희정당(보물 제815호) 굴뚝에서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이종근기자

출처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