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정보자료 정리’의 귀재

2019. 12. 24. 11:42강의/공부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김영사

“유배생활 18년 동안 500여권에 이르는 책을 써낸 한국 지성사의 불가사의, 다산 정약용. 이 방대한 작업을 다산은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그 작업방식과 절차, 그리고 편집과 정리의 전 과정이 궁금하다.”

책 ‘미쳐야 미친다’에서 열정과 광기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삶을 살펴봤던 저자가 이번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공부 방법론에 대해 연구했다.

 
다산은 정보를 필요에 따라 정리할 줄 알았던 전방위적인 지식경영가였다. 사진은 다산의 친필 서첩과 서간 작품들(왼쪽)과 조선시대 선비의 서재를 보여주는 ‘책가도 8폭 병풍’


저자는 다산이 “정보를 필요에 따라 요구에 맞게 정리할 줄 알았던 전방위적인 지식경영가였다”고 평가한다. 다산은 역대 역사기록 속에서 목민관의 사례를 추려모아 ‘목민심서’를 만들었고, 이 중에서 형법 부분을 따로 확대해 ‘흠흠신서’를 지었다. 또 이런 작업들을 현장 실무경험과 합쳐 새로 지은 것이 ‘경세유표’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내용을 가려내 새로운 지식으로 만드는 이같은 절차는 21세기 정보화사회와 본질 면에서 다를 것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하면서 ‘다산식(式) 지식 경영법’의 현대적 적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바탕이 되는 공부를 하라’는 내용에서 소개되는 정약용의 사례는 이렇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에게 다산은 과거시험장에서 통용되는 문장법인 과문(科文)을 가르치지 않고 옛 시를 먼저 가르친다. 옛 시문을 충분히 가르친 후 과문을 짓게 하자 재주가 대단하다며 주변의 칭찬이 쏟아졌다. 저자는 여기에 최근의 대학입시용 논술 교육의 사례를 보탠다. 답안 작성법을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평소에 책을 읽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어떤 문제가 나와도 걱정이 없다는 것. ‘평생 함께할 역량’이 될 공부를 하라는 뜻이다. 겉으로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공부법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최적, 최선의 길’이며 결국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단계별로 학습하라’ ‘정보를 조직하라’ 등 소제목들은 얼핏 다 알고 있는 내용같아 보인다. 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내용이 책을 읽으면 현실적 의미를 가득 안은 채 살아서 움직인다. 정약용이 다양한 저서에 쓴 경험담과 주장이 소주제에 따라 풍부하게 제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담담한 서술, 쉬운 문장, 분명한 자기주장이 담긴 정약용의 글이 기본적으로 가진 매력 또한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 저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현대적 의미로 풀어내는 해설도 내용의 현재성과 깊이를 한층 보탠다. 공부법이고 지식경영학이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사는 법’에 대한 인생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로 책의 내용은 읽힌다. 저자가 썼던 대로 다산에게 독서는 “지적인 성장과 인간의 성숙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2만5천원

〈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